▲연세의대 정신과 명예교수 민성길
지난 글에서 동성애가 미국의 정신장애 병명 분류에서 제외되는 역사적 과정을 소개하였다.
WHO의 국제질병분류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질병분류(ICD)를 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를 번역하여 「한국 표준 질병 사인 분류」(KCD)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ICD-10과 KCD에는 동성애는 “자아이질적 성지남”으로 성장애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2018년 개정된 ICD-11에 “자아이질적 성지남”은 빠졌다. WHO도 동성애를 더 이상 병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번역하여 아마도 2025년 한국 표준 질병사인분류 개정판으로 나올 것이다. 역시 미국 정신의학회처럼 WHO도, 많은 회원국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서구의 진보적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보인다.
동성애는 현재 진단 기준으로도 병적이다.
의학계의 분류는 그렇다 하더라도 동성애는 과연 건강한 성행동인가 또는 정상인가 하는 의문은 남아있다. 여론도 갈려 있다. 미국 APA가 2013년 개정한 DSM-5에 명시된 정신장애의 개념이 아마도 가장 진보적일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신장애란 개인의 인지, 감정조절, 또는 행동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의미 있는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으로, 정신기능의 기초가 되는 생물학적, 정신적, 또는 발달과정에서의 기능장애를 반영한다. 정신장애는 대개 사회적, 직업적 또는 기타 중요한 활동에서의 의미 있는 고통과 기능장애와 관련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같은 흔한 스트레스요인 또는 상실에 대한 예측할 수 있거나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반응”은 정신장애가 아니며, 또한 사회적으로 변이된 행동(예를 들어 정치적, 종교적, “성적”) 및 주로 개인과 사회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개인에서의 기능장애 때문이 아니라면 정신장애가 아니다.”
(따옴표는 저자가 삽입한 것으로 동성애에 해당된 내용이다. 동성애가 개인의 성적 변이로서 사회적으로도 변이된 행동이라 하더라도, 또한 그로 인한 사회와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동성애가 기능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기능장애”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가 문제이다. 항문성교라도 사정하면 기능장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이미 동성애가 병이 아니라고 정의해 놓고, 이후 항문성교는 병이 아니라는 판결을 유도한 바 있다. 이제는 항문성교가 병적이 아니기에 동성애가 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동성애는, ①동성 간 성교라는 행동을 하고 있고 ②프로이트도 인정한 정신성발달의 변이에 해당하며, (프로이트가 동성애가 “정상적” 변이라고 한 것은 치료가 어려운 한 동성애자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이다. 그의 연구 전체를 살펴야 한다.) ③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④기능장애가 있고(후유증적인 불임, 신체적 합병증, 동반 정신장애 등) ⑤서구 일부 집단에서는 자체 문화적으로 동성애를 용인되는지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는 동성애를 용인하지 않은 문화권이 더 많다. 따라서 동성애는 비록 병명은 아니지만,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가 병명(진단 통계 부류)을 만드는 이유는 이를 통해 연구와 치료가 가능해지고 국가사회가 의료보험제도와 보건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명 자체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동성 간 우정과 사랑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동성 간 성애(성교)는 건강상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의 문화와 동성애
한국의 전통 문화의 경우,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윤리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였다. 불교도 결혼한 남녀에게 유일하게 허용되는 성행위는 출산과 관련된 생식뿐이라고 본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다수가 동성애에 거부감이 있다. 2015년 한 조사에 의하면 동성애자를 포괄한 성소수자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32.8%에 불과하며 이마저 주로 젊은 층이 그런 답을 했다.
맺는 말
결론은, 인간의 인권은 그가 어떤 사람이든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성령은 그 열매를 보아 알 수 있듯이, 동성애가 존경 할 만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정상적인 라이프 스타일인가 하는 문제는, 동성애자가 어떤 삶을 사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경우 어떤 행동이 병인가 정상인가 하는 최종 판단은 병의 경과 또는 예후를 보아 내린다. 동성애의 경우 동성애자가 최소한 이성애자만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하며 살아가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동성애 관련 건강문제를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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