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운영위원
문지호 명이비인후과 원장·의료윤리연구회 운영위원
우리는 1년여 전의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 사건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4명의 신생아들이 엄마 품은 누려보지도 못한 채, 중환자실의 알람 소리와 차가운 조명 아래에서 죽은 사건이었다. 자궁 안의 태아도 수술하여 건강하게 출산하게 하는 최첨단 의학 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네 명의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온 국민이 놀랐고 다 함께 안타까워했다. 다시는 어린 생명이 상하지 않기를 한 마음으로 바랬다. 비록 작은 신생아일지라도 소중한 생명을 얼마나 책임 있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시대의 단면이다. 모든 시대의 국가는 그 국가가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가에 의해 판단되게 된다. 우리는 이런 배려가 있는 나라에서 살기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헌법 재판소 앞에는 이런 문화의 흐름에 거스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낙태죄를 폐지하여, 작은 생명을 죽이는 낙태를 권리로 보장해달라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태아를 위해 임산부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시스템을 확충하였고, 그 작은 생명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쏟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그 반면에 뱃속의 태아를 더 일찍 죽이자는 운동에 또한 많은 이들이 힘을 쏟고 있으니 이 나라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가. 이 사회가 정신분열을 겪고 있다.
낙태죄를 폐지하게 되면 여성의 삶이 나아질까?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낙태를 하고 느꼈던 죄책감이 가벼워질까? 낙태 시술이 더 안전하게 진행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도덕적 저지선을 무너뜨린 법률로 인해 성의 기준은 더욱 저급해질 것이 자명하다. 당연히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고, 낙태 수술과 낙태약의 사용은 증가할 것이다. 이를 겪은 여성들의 몸은 더욱 나빠질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손상을 입을 것이 뻔하다.
그럼 소위 낙태를 합법화했다는 선진국들은 어떻게 낙태율을 줄였을까? 첫째,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시켰다. 피임교육에 앞서 ‘생명에 대한 책임교육’을 시켰다. 둘째, 낙태죄를 없애기 전 ‘양육비 책임법’이라는 안전망을 갖추었다. 부모의 행복추구권을 넘어서는 아기의 생존할 권리를 인정한 법이다. 국민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양육될 수 있는 장치를 먼저 마련하였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어려움은 섹스의 쾌락 행위와, 실패율이 명백히 도출된 피임교육만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성에 대한 책임도 없고, 생명에 대한 책임도 없는 상황에서 덜컥 낙태할 ‘권리’라는 거짓말에 선동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낙태의 권리를 논할 때가 아니다. 성의 책임을 논하고, 태아의 권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섣부른 판결로 낙태가 합법적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미 모자보건법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위기임신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소아과 의사들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바로 그 병원의 다른 방에서, 합법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일상적으로 태아의 생명을 꺼뜨리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산부인과 의사회가 추정한 불법적으로 시행된 낙태시술은 연간 100만 건 이상이다. 낙태가 아무리 합법화 된다하여도, 합법적으로 죽어야할 태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번 헌재의 판결은 문명국가를 지향하는 판결이어야 한다. 존귀한 생명을 대하는 법조인들의 사명이 드러나야 한다. 우리나라가 정신분열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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