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은 선진국의 ‘성표준’을 얘기한다. 좀 더 구체적인 피임 도구 사용법과, 피임약을 선택하는 방법, 남녀가 성관계를 할 때 갖춰야 할 매너를 가르치라고 한다. 청소년들의 성관계를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제대로 성관계의 즐거움을 가르치고 임신과 낙태라는 부작용을 방지해 보자는 것이다.
2010년에 세계보건기구와 독일 연방건강교육센터가 발행한 ‘유럽의 성교육 표준’은 이런 요구에 맞춰 제작되었다. 이 지침은 ‘인간은 출생 시부터 성적 활동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전제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런 욕구를 자극하고 어린이들에게 자세히 얘기해 줘야 고정된 성관념에서 벗어나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유치원생에게 자위를 가르치고, 초등학교에서 피임약과 콘돔의 사용법을, 그리고 교실에서 성행위의 다양성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가르치라고 한다. 중학교 때는 성관계를 갖기 위한 소통법과 휴대전화로 포르노를 보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권리라고 알려준다.
학교에서 다 배웠고, 친구들이 모두 동조했다면 아이들이 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게 될 것인지 뻔하지 않은가? 포르노에 빠져들고 섹스에 정신이 팔린 사춘기 이전의 자녀들에게 고귀한 성으로 탄생한 인간의 존엄과 신실한 가정에서의 행복을 과연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인간의 권리라는 가면을 쓰고, 과학적 객관성을 띤 것처럼 제작된 이러한 성교육 지침은 뜻하지 않게 조기 성관계를 더욱 조장하고 여러 부작용들을 야기했다.
첫째, 임신과 낙태에 대한 약화된 도덕성이다. 피임교육의 결과로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의 십대 임신과 낙태율은 실제 감소하였고 성교육의 성공이라 자평하였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청소년들이 사춘기 이전에 이미 피임전문가가 되도록 훈련되었다는 데에 있다. 피임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은 자궁 안의 생명을 죽이는 살인, 즉 ‘낙태’를 그저 ‘나의 선택’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둘째, 학교 성교육에서는 침묵했던 피임약의 부작용이다. 우울증, 생리 불순, 편두통, 체중 증가는 물론 흡연과 동반되었을 때 혈액응고 위험까지 높인다. 심지어 환경 생태학자들은 피임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배설 후 땅으로 유입된 호르몬은 정자 세포의 질 저하 및 여성들의 불임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얘기한다.
셋째, 성병의 확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생물학적으로 온전히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의 신체는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매년 1,900만 건의 새로운 성병 감염자중 절반이 15-24세의 젊은이들이고, 10대 소녀 25%가 성병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넷째, 우울증과 자살의 증가이다.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겪는 성행위 후의 심리적 박탈감은 상상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성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의 우울증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2.4배(남), 3.2배(여) 이상 높게 발병되고, 자살율은 8.6배(남), 2.8배(여) 넘게 보고되었다.
다섯째, 유대감 형성 능력이 약화되었다. 어른들도 그렇거니와 청소년 시기는 더욱 더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한 때다. 조기 성관계는 이런 진실한 ‘사랑’이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것을 방해한다. 사랑에 대한 실망은 유대감을 앗아가 버린다. 몸을 내어주는 헌신으로 강화될 줄 알았던 사랑이 버림받는 순간 유대감 형성에 대한 신뢰가 약화된다. 이는 성관계 중 분비되는 호르몬 영향이 크다. 이런 박탈과정이 반복되면 신뢰와 유대감을 이루는 호르몬 분비 자체가 줄어든다.
여섯째, 학업성적의 부진이다. 미국의 청소년건강추적조사는 성행위를 하는 아이들은 성을 절제한 아이들보다 퇴학과 중퇴 비율이 2배 이상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대학 졸업을 못할 확률 또한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지난해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중학생의 2.5%, 고등학생의 6.4%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 아이들을 구실로 나머지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피임 전문가가 되도록 교육을 시켜서는 안 된다. 낙태를 ‘초이스’라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안전한 피임으로 성병 예방이 가능하다며 성관계를 종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청소년 시기는 공부를 하고, 우정을 쌓는 시간이다. 세상을 발견하고, 활기차게 창조적인 활동을 해야 할 때이다. 아이들이 미래에 바라는 것은 성경험을 내 멋대로 누리는 것이 아니다. 나의 성과 사랑을 온전하고 충실하게 쏟을 수 있는 가정을 이루기 원한다. 인구통계학적 연구는 80% 이상의 젊은이들이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고, 가족을 갖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교육의 대전제는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하는 ‘가정’이 되어야 한다. 인류가 유지 번영 발전되어 온 근간인 가정을 지키고 견고히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신실한 가족의 기반인 성에 대한 순결과 자제력을 가르치는 것은 결코 구시대적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충만할 지라도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유지하라고 할 때, 그리고 부부가 되어서는 오직 배우자와만 성관계를 하라고 가르쳐 줄 때에 안정감을 느낀다.
성의 해방을 부르짖는 소수의 목소리가 거짓 인권으로 가장하여 우리 자녀의 침실로 들어오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성 도덕이 무너지는 이 시대에 있는 힘을 다하여 다음세대에게 진실한 성과 사랑, 그리고 가정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진짜 자녀들이 찾아야 할 권리다. 장차 나의 아내, 나의 남편과 아름다운 성을 자유롭게 누리는 길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문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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