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성을 말한다] <상> 남자 동성애자에 집중되는 에이즈
“에이즈 감염 남자 동성애자에 집중 실제 진료 환자의 60∼70% 넘어”
국민일보는 18일 “에이즈 감염이 남자 동성애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보고서를 입수했다. 2회에 걸쳐 남자 동성애자와 에이즈의 상관성을 밝히고 에이즈 예방정책의 초점을 남자 동성애자에게 맞춰야 하는 이유 등을 소개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인하대 연구팀에 의뢰해 지난해 1월 작성한 326쪽 분량의 ‘국가 에이즈관리사업 평가 및 전략개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에는 남자 동성애자들과 에이즈의 상관성, 동성애자들의 낮은 에이즈 검사 수검률(受檢率), 주요 국가들의 에이즈 확산 동향 분석 등이 들어 있다.
◇에이즈 환자의 60∼70% 이상 동성애자로 추정=보고서는 에이즈 확산의 주요인이 남자 동성애자 간 성접촉에 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성매매 여성 등을 대상으로 에이즈 검사가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거의 모든 산모에게 에이즈 검사가 필수 정례검사로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에이즈 감염 통계에서 여자는 8%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인 상담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감염내과 교수들의 진료 경험상 실제 환자들의 60∼70% 이상이 남자 동성애자라고 밝히는 것 등을 볼 때 동성 간 성접촉이 에이즈 확산의 가장 흔한 경로”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보건소 역학조사 결과에서 이성 간 성접촉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사례들이 추후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것으로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이런 근거는 에이즈 감염이 남자 동성애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태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에이즈 감염의 대부분이 남자 동성애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에이즈 유행의 초기단계”라며 “에이즈 발생 양상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아직 1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표1 참조).
◇동성애자 29.5%만 에이즈 검사, 43.9%는 아예 안 받아=보고서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위험한 성행위를 하고 있으며, 에이즈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동성애자 포털 사이트인 ‘이반시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 984명 중 57.4%가 최근 6개월 간 항문성교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항문성교 경험자 중 59.8%가 ‘평소 콘돔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면서 “감염취약 집단에 안전하지 않은 성행태가 만연해 있고 실제 에이즈 감염률이 높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정보들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에이즈 검사 수검률은 낮은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2010∼2012년 이반시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에이즈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는 평균 29.5%였으며, 동성애자들의 43.9%는 평생 에이즈 검사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자 동성애자 에이즈 감염률 4∼5% 추정, 외국과 유사수준=보고서는 남자 동성애자들의 에이즈 감염률이 4∼5%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남자 동성애자 20명 중 한 명꼴로 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위험 성행동을 한 남성 동성애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담 검진소의 사업 실적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률은 대략 4∼5%인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이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검진결과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국내 에이즈 전문가 30여명이 참여했으며, 국가 에이즈 예방정책을 담당하는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관계자들이 간접 참여해 신뢰성을 높였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보고서를 받아놓고도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에게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성을 적극 홍보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보고서는 질병관리본부의 에이즈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정부기관이다 보니 설령 에이즈 감염자 100명 중 99명이 동성애자라 해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성을 알리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반영하고 자료도 제공하라’는 민원이 쇄도해 다음 홈페이지 개편 때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