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핵심 타깃은 男동성애자” 의료전문가 압도적 1순위 꼽아
“국가 에이즈 예방지원 사업의 핵심 대상은 남자 동성애자다.”
질병관리본부가 인하대 연구팀에 의뢰해 작성한 ‘국가 에이즈관리 사업 평가 및 전략개발’ 보고서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같이 밝혔다. 에이즈 감염자의 다수가 남자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선 이들에게 국가 예방 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에이즈 예방사업 1순위는 ‘남자 동성애자’=연구팀은 국가 에이즈 예방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2013년 9∼11월 이메일로 두 차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감염의학과 교수, 보건기관 관계자, 민간단체 관계자 등 국내 에이즈 전문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추천한 의료인 등 25명이 참여했다. 응답자들은 ‘국가 에이즈 예방지원 사업의 핵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단 3개를 선택해 달라’는 질문에 남자 동성애자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1순위에 10점, 2순위에 5점, 3순위에 1점을 부여했는데 남자 동성애자가 225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표1 참조). 성매매 종사자(58점), 청소년(57점)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전원은 ‘남자 동성애자를 국가 에이즈 전략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고 답했다. 성매매 종사자, 트랜스젠더, 이주민 등 18개 항목이 있었지만 100% 응답률을 보인 항목은 남자 동성애자뿐이었다. 현장 전문가들도 에이즈와 남자 동성애자들의 상관성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매매 종사자보다 남자 동성애자에 예방역량 집중해야=보고서는 국내 에이즈 예방 사업의 우선순위에 불합리한 점이 있으며, 에이즈 관련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고위험군 에이즈 예방 홍보사업’을 하면서 247만개의 콘돔을 배포했는데 이 중 100만개가 성매매업소 종사자에게 배포됐다”면서 “이는 남자 동성애자에게 배포한 100만개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남자 동성애자에게 에이즈 감염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성애자 등을 대상으로 한 콘돔사용 캠페인이 대표적인 에이즈 예방 사업으로 간주되고 있다”면서 “남자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률이 성매매 여성보다 훨씬 높은 한국의 역학적 현황을 고려한다면 콘돔 배포를 남자 동성애자에게 집중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에이즈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도 비판했다. 보고서는 “국가 수준의 에이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필수 정보가 수집되지 않고 있다”면서 “질병관리본부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신규 에이즈 감염인 발생현황 정도가 사실상 유일한 정보다. 국가의 에이즈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아 정부 보건기관, 학계, 전문 민간단체 관계자들 간에 국내 에이즈 현황과 전망을 놓고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선진국처럼 동성애자를 에이즈 사업의 핵심 대상으로 삼아야=보고서는 미국 영국 일본처럼 에이즈 예방 및 지원전략에서 남자 동성애자를 주된 사업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팀은 “주요 국가들은 남자 동성애자 등의 자발적 에이즈 검진을 핵심적인 국가 에이즈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남자 동성애자, 흑인, 라틴계 등을 주된 사업대상으로 설정했으며 일본 영국 등도 남자 동성애자들의 자발적 검진율 향상을 핵심 에이즈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연 한국성과학연구협회 교육국장은 “한국사회는 소수자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에이즈 감염 고위험집단인 남자 동성애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면서 “정체성 혼란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동성애에 현혹돼 에이즈에 감염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질병관리본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