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

[특별기고]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보고

빌라도의 판결과 베드로의 배신의 역사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한국교회는 누구를 따르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2천년 전 예루살렘에서 죄 없는 예수를 죽이라는 판결이 고난주간을 앞둔 20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안국동에서 벌어졌다.

죄 없는 태아들이 분별없이 성을 즐긴 자들의 책임을 안고 죽음에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무죄한 아이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부끄러운 흔적을 없애려는 비도덕적이고 비겁한 광기에 손을 들어 주었다. 위험하고 부끄러운 헌재 판결은 실망을 넘어선다. 비이성의 세상풍조에 휩쓸려 가는 불안한 분위기에 공포마저 느껴진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던 헌법을 무너뜨린 결정은 살인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우면 죽음으로 내몰리는 세상이 도래 했다.
위헌결정을 내린 헌재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미래가 암울하다. 특히 단순 기각 결정을 한 의견 속에 담긴 위험한 가치관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떻게 생명을 숫자로 판단을 할 수 있단 말인가? 22주 이전까지는 태아를 죽여도 된다는 재판관들의 가치관은 철저하게 유물론적 세계관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런 재판관들의 손에 국민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인 헌법 해석을 맡긴다는 것이 불안하고 억울하다.
앞으로 인간을 물질로 보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낙태의 범위를 점점 더 확대해달라고 요구를 할 것이고, 기형이나 질병을 가진 영아살해로 이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요양 병상에 누워있는 병들고 늙은 노인들이나 치매 노인을 없애버리자는 패악한 윤리적 타락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낙태 허용이 무분별한 배아 복제나 배아 조작, 유전자 조작, 장기매매 등 그 동안 인간을 지켜온 금기의 영역을 넘어서는 물꼬를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생명윤리는 미끄러운 경사길에 접어들었고 언론은 경사길에 기름을 갖다 붓고 있다. 자신들의 결정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행위인지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심각한 반 기독교적 결정이 나오는데도 한국교회는 2천년 전 군중 속에 숨어 ‘나는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주를 믿는다고 하지만 광기에 찬 사람들의 목소리와 기세에 눌려 눈을 감고 침묵으로 암묵적 동조자가 되어 버렸다. 자녀들의 비행을 보고도 묵인한 엘리 제사장처럼 행동했다.
4월 11일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목사도 있었다. 2천년 전 예수를 죽이라고 외쳤던 자들처럼 태아를 죽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십자가를 지고 영문 밖으로 나가시던 예수를 조롱하던 무리들처럼 헌재의 판결 소식에 “낙태죄 폐지 아멘!! 낙태죄 폐지 아멘!!”하고 외치며 주님을 조롱하고 있었다.
서구교회가 우리에게 130년 전 복음을 전해 주었지만 이제 서구교회들은 쇠락하여 술집과 카페로 변해 가고 있다. 성적인 문제로 침입해 오는 사단의 공격에 무참히 무너진 것이다. 교회지도자들이 올바른 성경적 세계관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성윤리에서 후퇴했을 때 일어난 현상들이다. 교회가 낙태와 혼전 임신을 허용하고 동성애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성윤리의 타락은 가정을 해체시키고, 가정이 해체되면 교회가 무너진다. 교회가 무너지면 나라와 문명이 멸망하게 된다.
낙태 허용을 성공시킨 자들은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할 것이다. 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재갈을 물리고 처벌하겠다고 달려들 것이다. 전도를 방해하는 것을 넘어 전도를 금지시키고, 미션스쿨을 없애버리고, 예배당을 타락한 문화시설로 몰수해 갈 것이다.
언제까지 반 기독교적 정서에 기가 눌려 꼬리를 내리고 비겁하게 숨어 있을 것인가? 침묵은 암묵적 동조다. 소리를 내야 할 때 내지 않는다면 주님께서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나의 아이들이 죽어갈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고 물으실 것이다. 소금이 맛을 잃으면 길가에 버려지듯이 성경적 세계관을 가지지 못한 교회 역시 주님의 손에서 버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베드로처럼 숨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한다. 고난이 다가올 때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영문 밖으로 나아가야 한다. 순교를 각오하고 싸워야 우리의 신앙을 지킬 수 있다.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면 안 된다. 죽은 물고기는 물살에 떠내려간다. 교회는 거친 세상 공격에 맞서 물살을 가르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낙태와 동성애, 성윤리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깨어나야 한다. 에디오피아 내시가 빌립을 만나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말씀을 깨달을 수 있는가”라고 물은 것처럼, 성도들은 물밀 듯이 밀려오는 윤리적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목사와 장로, 교사들이 먼저 공부하고 올바른 성경적 세계관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성도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성도들이 신앙과 삶이 일치하도록 성경적 세계관을 알려주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성을, 가정을 이룰 배우자를 위해 잘 지켜야 하고, 혼전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되고, 부부의 성생활도 질서를 지켜 지나친 성적 욕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성도들도 강연, 책을 읽고 SNS를 통해 의견을 표현해야한다.
주님이 한국교회에 말씀하신다.
“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이리와 늑대의 공격에서 목숨을 바쳐 내 양을 지키라. 내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다. 나를 시인하지 않으면 나도 내 아버지 앞에서 너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나사렛 예수여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기소서. 진노 중에도 긍휼을 잊지 마옵소서.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악에서 구하옵소서.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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