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뇨기과 전문의 임수현
지난 2017년 11월 9일 유럽 최초로 독일에서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인정한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인간의 기본권에 기초하여 ‘간성間性 intersex’을 새로운 성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가할 것을 결정함과 동시에 연방의회에 2018년 말까지 관련법의 개정을 요구했고 내무부 측은 헌재의 결정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소식의 영향이었을까? 기사가 보도된 후, 2017년 11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제3의 성 기입과 성별선택의 권리를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되었다. 청원개요를 보면 인터섹슈얼들(간성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또한 어린 시절 몸은 남성과 여성 한쪽으로 고정되어 태어났다고 하여도 자라면서 점점 자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느끼거나, 남성과 여성의 자아를 둘 다 갖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라도 비용, 위험성의 문제에서 성을 전환하는 수술을 택하지 않고 몸은 태어난 성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제3의 성 기입과 자신의 성을 자각할 일정한 나이 이후의 성별선택의 권리가 있으면 합니다.”
독일이 제3의 성을 인정한다는 기사와 청원 내용을 보면 그 중심에 간성이라는 용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간성은 다른 용어로 ‘성분화의 이상disorder of sexual development’ 또는 ‘성분화의 차이difference of sexual development’ 라고도 하는데, ‘이상 또는 장애disorder’라는 용어로부터 받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용어 선택에 있어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나 많은 의학저널은 여전히 의학 용어로서 ‘성분화의 이상’을 쓰고 있다. 또한 그 정의가 성염색체뿐 아니라 상염색체의 유전정보에서 유래하는 복합적인 과정 중에 발생한 이상에서 기인한 성분화의 장애로서 국제질병분류(ICD-10)에 ‘선천기형, 변형 및 염색체이상’ 또는 ‘내분비, 영양 및 대사질환’ 등으로 분류되는 질병이다.
성분화 이상은 문헌에 따르면 1/4,500~5,500의 확률로 드물게 발생하며 (반면, 일부 기사에 따르면 UN은 세계의 간성 인구를 0.5~1.7%로 추정한다), 그 형태와 종류, 그리고 외부생식기의 모호성 정도가 다양하고 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치료의 적응증,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하기 또한 어렵다. 하지만 많은 의학 그룹에서 동의하는 것은 환자가 정상적인 신체 인식과 성정체성을 가지고 성장하며, 성인이 되어 정상적인 성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생식능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남성 또는 여성의 적절한 성을 지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별을 결정할 때 중요 고려 인자는 환자의 나이와 외부생식기의 상태이며, 최상의 결과를 위해 환자와 가족 그리고 경험이 많은 여러 분야의 전문 의료진들이 긴밀히 협력해야만 한다. 또한 다른 동반 기형 및 동반 질환과 모호한 생식기 교정을 위한 수술, 그리고 성정체성의 혼란과 모호한 외형 때문에 받는 차별 등으로 인해 낮은 삶의 질 속에서 힘겨워하기에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보살핌이 필요하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함이 마땅하다. 이는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이 다른 기형이나 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행동하고자 노력하는 것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독일 헌재가 제3의 성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과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등록된 글을 살펴보면, 이들이 목적하는 바는 극히 드문 선천적 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질병으로부터 회복하고 치유하기 위함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신에 남성과 여성이라는 양성 사이에 다양한 젠더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심지어는 성의 구별 자체를 해체하려는 젠더이데올로기와 이를 사회 전 영역에 적용하려는 젠더주류화의 흐름 안에서 차별과 혐오를 일으킨다고 하며 ‘성분화 이상’이라는 의학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들이 말하는 젠더 관점에서 간성이라는 용어를 선택하며 이용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가브리엘 쿠비 교수의 저서 Global Sexual Revolution에 따르면, 이러한 독일의 현방헌재의 결정 이전에 젠더 이론가들의 국제 네트워크들이 합작하여 2012년에 독일 윤리위원회로 하여금 중요한 발언을 하도록 하였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독일 연방정부에게 간성과 성전환증transsexual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NGO와의 대화를 촉구하며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였고 독일 연방정부의 요청에 따라 독일 윤리위원회가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1. 질병illness이나 장애disorder와 같은 부정적인 결론에 이르는 것을 피하고 제3의 성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할 문제로 남겨놓기 위해 윤리위원회는 ‘성분화의 차이Difference of Sex Development, DSD’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2. 윤리위원회는 DSD들이 출생신고서에 남성 혹은 여성의 분류로 정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그들의 사생활권과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따라서 ‘기타’라는 새로운 분류 목록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결정을 할 수 있는 최대의 나이가 될 때까지, 어떠한 기록도 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기록은 어느 때고 바꿀 수 있다.
3. 윤리위원회의 대다수는 ‘다른'(‘기타’에 속한) 젠더를 가진 사람들도 과거에는 동성파트너들에게만 허용되었던 시민결합등록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윤리위원회의 위원들 중 몇몇은 이들의 결혼에 대한 가능성까지도 열어 놓을 것을 권고한다.
4. 출생신고서에 성별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기나 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쿠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독일 윤리위원회는 생물학적 성별이 모호한 8천명의 사람들의 요구를 맞추어주기 위해 ‘제3의 성’을 만들어 내었다. 만약 연방정부가 이러한 권고를 따른다면 미래의 출생신고서 양식은 ‘남성’, ‘여성’ 그리고 ‘기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게 될 것이며 심지어는 젠더 운동가들이 목표하는 데로 양성의 성정체성을 모호하고 불확실하게 만드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과연 쿠비 교수의 통찰대로 독일은 제3의 성을 인정하였고 관련법들을 바꾸고 있다. 잘 조직된 소수의 젠더 운동가들은 소수의 약자를 이용하여 그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사회의 기초인 양성의 질서를 침해하고 있다. 성별이 모호한 몇 천 명의 불행한 운명에 관한 문제의 구제책으로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을 완전히 해체시키려하고 있다. 독일은 합법적으로 제3의 성이 존재하게 되었으니 성에 대한 정의로움을 이루기 위해 그들의 결혼을 허용하도록 요구하거나, 자녀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면, 다양한 전체 ‘퀴어’들도 똑같은 권리를 주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독일의 상황을 보고 따르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록자와 소수이지만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목표하는 바일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동성애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결혼하려 하고, 몸은 남자인데 마음은 여자여서 자기 몸을 여자로 바꾸는 수술을 하는 사람 또는 그 반대인 사람도 있고, 몸은 남자인데 여자로 사는 사람이나 그 반대인 경우 등등… 남자와 여자끼리만 결혼해야만 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성별이 남자와 여자 두 가지만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이랑 상관없이 자기가 끌리는 대로 성을 여러 가지로 결정 할 수 있대.” 가만히 듣고 있던 3학년 아들이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근데 아빠, 남자끼리 결혼하고 여자끼리 결혼하면 아이를 못 낳는데 그러면 인류가 없어지는 거 아냐?” 3학년 어린 아이도 걱정하는 인류 파멸의 길을 그들은 왜 보호받고 치료받아야 할 장애를 가진 약자들을 ‘제3의 성’이라 부르고 이용하면서까지 가려 하는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비뇨기과 전문의 임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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