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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DNA” 사건을 통해 우리가 진짜로 들여다봐야 하는 것
“왕의 DNA” 사건을 통해 우리가 진짜로 들여다봐야 하는 것
- 의학신문
- 승인 2023.08.28 09:48

연세해피마인드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왕의 DNA” 사건을 얼핏 들었을 때 자기애적narcissistic인 학부모의 갑질 사건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이보다는 더욱 복합적이고 왜곡된 위태로운 사회상을 보게 된다.
이 사건에서 진짜 주인공은 사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초등학생 아이어야 한다. 경계성 지능을 가져서 부적응에 취약한 이 아이가 어떻게 학교와 치료기관에서, 또 가정에서 가장 적절한 양육과 치료와 교육을 확보해서 부족한 발달잠재력을 보완해갈 것인지가 사실 이 사건의 출발에 있었던 중요한 이슈일 것이다. 무엇이 이 아이의 삶을 적정 발달에서 더욱 멀어지게 했는가?
비과학적이고 임의적인 개입
발달 문제를 가진 아이를 기르는 부모님은 무척 힘들다. 아이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치가 좌절되니 좌절감, 분노, 희망과 절망, 특히 경계성 지능 아이들이 겪는 문제인 사각지대 복지의 부족(제반 발달문제에 대한 지원은 정말 많이 발전되었다), 미래에 대한 염려, 재정적 압박과 시간 압박에 늘 시달린다. 비슷한 문제를 가진 부모님들과의 연결망이 있다면 정보와 심리적 지지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이와 부모님은 안타깝게도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찾아간 기관에서 “왕의 DNA를 가졌다”는 판정을 받았고 아이 행동의 통제력을 상실하게 하는 방향의 개입전략을 조언 받았다.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아이의 아버지가 담임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는 내용을 보니 이곳에서 부모에게 발급한 아이에 대한 진단?과 개입 전략?에 대한 노트를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 이 편지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교사를 비상식적으로 압박하고 고발한 그 아버지의 행태가 공분을 살만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편지에 사용된 단어와 내용이 일반인이라도 실소를 머금을 만큼 상식을 벗어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이런 상식을 벗어난 내용에,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장식할 만큼의 영향력을 부여했는가? 온라인의 기사를 보니 그 곳은 5,400명의 신실한 온라인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왜 이런 비과학적이고 임의적인 내용으로 치료를 한다고 하는 곳에 가서 아이의 삶을 담보 잡히게 되었을까? 필자는 크게 2가지를 짚어 본다. 하나는 두려움이고, 또 하나는 왜곡된 자기 확신이다.
두려움과 왜곡된 자기 확신
부모님들 사이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종종 보게 된다. 소아발달의 문제는 포괄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인지, 언어, 정서, 환경, 부모의 특징 등 여러 부문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진단을 해야 정확하고 빠르게 아이의 문제의 크기를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가면 기록이 남아서 아이의 취직과 결혼에 지장이 된다거나(100% 틀린 소문이다. 기록은 소아과, 이비인후과와 똑같은 의무기록일 뿐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소문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약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기간만큼 쓰면 되는데(감기약보다는 길게 먹고 수년 이상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치료는 덫이나 함정이 아니어서 부모가 원치 않으면 보류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의사라면 내 아이를 치료한다는 기준으로 가장 좋은 치료를 설득할 것이다. 약이 아이에게 부작용이 있고 안 맞으면 약을 바꾸거나 쓸 수 없는 경우들도 생긴다. 아이에게 맞춰서 하는 것이다. 이런 괴담 수준의 두려움으로 인해 어떤 부모님들은 필사적으로 병원을 피해서, 병원 아닌 모든 곳을(왕의 DNA를 판정해주는 이곳을 포함해서...) 돌아다니게 된다. 이러다가 아이가 너무 악화되어서 포기하고 병원에 오시거나, 또 그간 비용을 너무 많이 써서 최소한의 평가를 할 비용도 없다고 하시는 경우들도 있다. 임의적인 치료를 하는 기관일수록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과학적 근거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소위 ‘연구소’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수요자인 부모님들이 눈을 뜨고, 상식과 합리성과 과학적 사고를 부여잡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학과 검증을 가볍게 여기는 행태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또 한 가지 문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싶어서, 마음에 드는 얘기를 따라가며 과학과 검증을 가볍게 여기는 일부의 행태이다. 이 분들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과학적 판단(누적된 학문과 실험과 통계로 입증된 정통 의료)을 불신한다.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루머나 검증받지 않은 방법들을 믿고 싶어 하며 그들의 집단 안에서 확신에 차 있다. 많은 문제를 낳고 법적인 공방까지 간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가 대표적 사례이다. 문제의 이 ‘연구소’도 아이들의 정신건강의학적 문제에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는 홍보로 많은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고 한다. 왜 과학적, 객관적 검증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신뢰하고 싶어 할까?
위태로운 사회적 흐름
원하는 대로 되고 해주는 시대의 흐름 속에 답이 있다. 스마트폰 안에서는 모든 일들이 손가락 하나로 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다. 그 흔한 채널 다툼도 이젠 할 일이 없다. 심리학의 편만과 인권의식의 왜곡으로 우리 모두가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 지금, 우리 모두는 원하는 것을 이루고 누릴, 또 누구도 날 건드리면 안 되는 권리의식으로 충만하다. 그러니 “당신이 잘못했다. 그러면 안 된다.”라는 얘기는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금기가 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듣기 좋은 말들 속에서 지나친 자기 확신에 차서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한 추진력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폭력적 행동까지 하기 쉬운 위험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자식을 향한 염려와 맹목적 사랑까지 부여되면 두 말 할 것이 없다. 큰 잘못을 한 사람은 찾아서 신상을 털거나 온라인으로 찾아가서 한마디 비난이라도 꼭 해야 하는 그룹에 내가 속해있다면 자신도 이 공무원 아버지처럼, 주관적 판단과 확신에 의해 타인을 억압하는 것을 그리 대단한 일로 여기지 않는 위태로운 사회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진짜로 들여다봐야 할 것
절박한 아이의 부모님을 엉뚱한 방향으로 인도한 비과학적 ‘연구소’, 왕자의 대접을 하라는 이곳의 주문을 학교에까지 전달하며 교사를 직위해제 시킬 만큼 자기 확신과 자식사랑에 눈이 어두워진 부모님, 왕자 대접으로 인해 증폭되었을 아이의 부적응, 아이를 돕고 싶었겠지만 곤욕을 치르다 아동학대로 고발당하고 교육청에 의해 직위해제까지 당한 담임교사... 우리 시대의 왜곡된 권리의식이 왜, 어떻게 형성되어서 이렇게 여러 사람을 파탄으로 몰고 갔는지 잘 살펴보면서 경계하는 마음으로 시대와 자신을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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