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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의 해결책, 깊고 넓게 봐야 한다.
묻지마 범죄의 해결책, 깊고 넓게 봐야 한다.
- 의학신문 승인 2023.08.11 06:00

연세해피마인드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신림역 사건이 나라를 흉흉하게 하더니 2주도 안되어 또 서현역 사건이 터졌다. 여러 해결책에 관한 의논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사법심판입원제, 중증정신질환국가책임제 등이 거론되는 것 같다. 서현역 사건의 범인은 조현병 피해망상에 의한 범죄로, 신림역 사건의 범인은 ‘외로운 늑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의 표출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모방범죄가 뒤를 잇지 않겠나 하는 우려를 하는 동시에 수십 건의 모방범죄를 예고하는 게시글이 인터넷에 뜨면서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사건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정신질환을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할 것인가, ‘외로운 늑대’가 생기지 않도록, 또 이들의 범죄 징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의논이 활발하다.
필자는 이들 사건의 원인을 먼 과거에서 또 사회시스템에서 찾는다. 그래야 ‘해결’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해법으로 연결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한 사람은 가족이 할머니와 이모 밖에 없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은 중학교 3학년까지 올림피아드 수상을 할 정도로 두각을 드러낸 수재였지만 특목고 진학에 실패한 후에 일반고를 자퇴하는 등 부적응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은 33세, 또 한 사람은 22세에 이런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진료를 하면서 2000년대와 2010년대 이후가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 있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의 가치의 당위성에 국가가 아동보육을 돕는 방법으로 개입하면서 아이의 양육에 대한 개념이 급격하게 개인의 차원에서 사회의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프랑스나 독일의 여성들이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 얼마나 자유롭게 직업생활을 하는지가 연일 신문 전면에 다뤄지고, 아이의 양육에 미치는 ‘엄마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은 여성의 사회진출의 가치에 힘없이 밀려버렸다. 물론 여성의 사회진출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평생 사용하면서 기대야 하는 ‘심리적, 정서적 안정의 기반과 삶을 향한 기본적 신뢰감’이 인생 첫 3년간의 영유아기에, 또 엄마(또는 안정적인 대리양육자)와의 1:1의 독점적이고 안정적인 정서관계에서 결정적으로 출발된다는 상식이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또 형제들이 많았던 시절에 애착형성의 통로는 다양했지만, 현재는 그조차 어려워서 부모와의 애착이 절대적인데, 가족 안에서 공급받는 마음의 안정과 치유가 가정 밖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의 근원이라는 당연한 사실도, 이미 아이들에게 생겨버린 문제의 해법을 제공하는 정보들 속에 묻혀서 찾기가 어려워졌다.
진료현장에서도 위험한 사회의 역변은 보인다. 과거에는 아이에게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아이를 회복시키거나 더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엄마들이 일을 일단 그만두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 이후 엄마의 직업의 회복은 엄마 개인의 안타까운 고민이었겠다. 이 즈음에서 아이 성장의 여러 문제가 엄마가 달라붙어서 치료자의 코치를 받으며 노력하면 가장 빠르게 해결된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혹시 모르는 분도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 의문이 새삼 놀랍다.
언제부터인가 일하는 많은 엄마들은 아이들의 문제를 위해서 1년 휴직은 고려하지만 그 이상 쉬느라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건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 개인과 가정을 위해서도, 또 아이를 위해서도 막대한 교육비 등으로 인해 경제적 여유가, 엄마가 주는 심리적, 물리적 안정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보육기관에서 영유아기의 많은 시간을, 양육자와의 독점적 관계의 부족 안에서 ‘보육’ 받은 아슬아슬한 아이들은 또 공부와 과제 중심의 기능적 생활 안에서 정신적인 가치관 형성과 애정공급이 결핍되기 쉬운 사회로 내몰린다. 그리고 엄마가 있어도 없어도 관리가 점점 힘들어지는, 뇌발달을 저해하는 스마트 기기들에 노출되어 생각하고 분석하고 통제하는 고위 능력의 위협을 받는다.
엄마가 일하는 등 바쁜 경우는 퇴근 후 과제를 챙겨주는 것도 바빠서 다정한 대화는 언감생심인 정서적으로 빈약한 관계의 위험이 커진다. 생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사춘기 시절에, 아동기에 누적된 심리적 문제들이 감당할 수 없이 터지는 경우들도 많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현실을 줄타기 하듯 살고 있는지는 지면이 부족하여 다 말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묻지마 범죄의 배경을 형성한 정신세계도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 조성되었을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이 생긴 이후에, 외로운 늑대로서의 분노가 있는대로 누적된 이후의 대책을 생각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얼만큼이나 도움이 되겠는가?
필자가 오랜 세월 알고 지내는 공립 어린이집 원장님이 수년전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졌을 때에 한탄하며 하신 얘기가 있었다. 엄마들이 직업생활을 하느라 평일에 아이를 ‘종일반’에 맡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직업생활을 하지 않는 엄마들조차도 아이를 종일반에 맡기려 하고, 공휴일과 주말까지도 아이를 기관이 맡아주길 바라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 아이를 왜 내가 기르냐”라는 얘기까지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야 극소수이겠으나 우려되는 사고와 행동의 흐름이고,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많은 아이들을 공휴일까지 관리하면서 짜증이 폭발하는 상황들이 연잇는 것이 이해된다는 말씀이었다.
아이의 양육을 국가가 지원하면서 육아가 여성의 사회진출의 걸림돌인 듯이 막대한 홍보가 이루어졌던 것은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이후 출산률은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출산과 육아의 전통적인 가치만 오히려 더 추락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지 우려도 된다. 심리가 안정된 아이는 부모와의 안정적인 기초관계가 빠져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하며(물론 이후의 올바른 가치관의 공급도 절대적이지만) 국가가 영유아의 기관보육을 조장하거나 지원하기 보다는 엄마들이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보는 것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그것을 재정적, 물리적으로 지원하길 바란다.
또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당연한 가정의 역할과 안정성, 그 안에서 지켜지는 아이의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 절대성들이 흔들리게 되는 사회의 흐름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역행하는 지혜로운 엄마부대를 기대한다. 또 아이러니칼하게도 교육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와서,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스마트폰과 같은 IT 기기나 상식을 흔드는 위험한 교육내용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는 엄마부대가 필요하다. 지뢰밭과 같은 세상에 아슬아슬하게 노출된 아이들이 병들기 “전”에, 역변하는 사회를 관찰하고, 되돌려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엄마부대가 일어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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